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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심화문제집에 대해

자소월 2011. 11. 15. 21:26

녕하세요

 

이런 저런 고민을 하며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애 쓰시는 님을 응원합니다.

 

같은 병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단이 달라야 좀더 정확한 처방이 가능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공부에 있어서도 누구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 누구에게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에 맞는 공부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중 2때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고 공부할 수 있는 자세가 형성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물론, 늦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열매를 조금 늦게 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이 많이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한 계단 정도가 아니라 두 세 계단 정도의 난이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행이나 심화 문제를 푸는 것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교사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교사들이 수학을 가르칠 때 겪는 어려움은 새로운 내용을 전달할 때 겪는 어려움보다 이전 학년이나 단원에서 배웠어야 하는 내용을 잘 알지 못해 새로운 내용을 전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전 단계를 충실히 공부했으면 현재 배울 내용이 크게 어렵지 않은데, 이전에 배운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나 배우는 입장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는 것입니다. 교사는 가르쳤는데 왜 모르냐고 하고 학생들은 배운 적 없다고 하는 경우가 교실에서 종종 벌어집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수학은 새로운 내용이 없습니다. 기존의 내용에 조금 추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의 내용이 많아지고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자세히 생각해 보면 착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표는 학년에 따른 수업 내용을 알파벳으로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5는 A만 학습하면 됩니다. 중1은 ABCD를 공부해야 합니다. 따라서 중1은 초5에 비해 BCD만큼 새로운 내용을 공부해야 합니다. 한편, A´는 A와 같은 유형이지만 내용이 조금 더 어려워진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알파벳은 위로 갈수록 마찬가지지만 아래에서는 A만 표기하였습니다.

 

고2

K

I

G

E

C

A´´´´´´

B

D

F

H

J

L

 

고1

I

G

E

C

A´´´´´

B

D

F

H

J

 

 

 

중3

G

E

C

A´´´´

B

D

F

H

 

 

 

 

 

중2

E

C

A´´´

B

D

F

 

 

 

 

 

 

 

중1

C

A´´

B

D

 

 

 

 

 

 

 

 

 

초6

B

 

 

 

 

 

 

 

 

 

 

초5

A

 

 

 

 

 

 

 

표를 보면 상위 학년으로 갈수록 내용도 많아지고 난이도도 높아지므로 선행학습과 심화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지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어떤 수준의 학생이 상위 학년에서도 그 수준을 유지하려면 공부 시간을 계속 늘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김군이 초5에서 A를 공부하여 90점이 나왔다면 이 학생은 내용(B)과 난이도(A´)가 높아진 초6에서는 현재의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수학에 할애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공부하는 학생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A´는 A를 충실히 공부한 학생에게는 적은 학습으로도 습득이 되며, 새롭게 등장한 내용인 B 내용만 익히면 됩니다. 그런데 B자체도 완전히 새로운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수학은 단원 간에도 연관성이 있으면 A푸는 수학적 사고력이 B를 푸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김군은 처음 A를 공부할 때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내용과 난이도에서 같거나 상위의 B를 익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A =

풀이

원리

 

예를 들어 A라는 수학 내용이 원리와 풀이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물론 지식은 이보다 훨씬 복잡합니다만). 그리고 A를 알았다는 것은 풀이방법과 원리를 다 익힌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원리를 모르고 단순 알고리즘만(풀이방법) 익혀서 공부한 학생이 있다고 합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위 문제에서 빈 칸에 알맞은 수는 18입니다. 이때, 18이라는 수가 나오기 위해서는 가 X가 되면 뒤에 있는 분수가 역수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렇게 알고 이 연산을 푼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단순 알고리즘만(풀이방법) 익혀서 문제를 푸는 경우’에 해당된다. 여기에서 ' 가 X가 될 때 왜 뒤에 있는 수가 역수가 되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원리다. 그런데 그 과정을 모르고도 얼마든지 위의 문제를 풀 수 있다. 따라서 위 문제를 맞혔다는 사실만으로 위 문제를 완벽히 이해했다고 추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쳐본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원리에 관심이 없으며 그렇게 배울 기회를 만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물론 그 이유는 그렇게 가르치는 교사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 가장 큰 이유는 많은 학생들에게 많은 내용을 짧은 시간에 가르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교실 등에서 '질문'하는 문화, '질문'해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문화, 질문하는 학생을 긍정적으로 보는 교실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반대입니다.

 

 

위의 문제의 정답은 3/5이다. 쉬운 문제이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분수는 그대로 두고, 분자만 더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분자는 더하고 분모는 더하지 않는가?’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이 없다.

 

가 학생(풀이 방법과 원리를 모두 이해한 학생)

A =

풀이

원리

A´=

풀이

원리

 

나 학생(풀이 방법만 익히고 원리를 모르는 학생)

A =

풀이

 

A´=

풀이?

원리?

 

위에서 가 학생에게 A와 A´의 원리는 동일하다. 왜? 원리니까! 다만 A´가 A보다 풀이 과정은 어려워진다. 왜? 상위 학년이니까! 따라서 가 학생은 추가로 학습해야할 부분이 많지 않다.

반면, 나 학생은 단순 풀이 방법만 익히고 원리를 익히지 않아 난이도가 높아진 A´를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왜? 원리는 풀이 과정의 이해를 돕는 핵심인데 원리를 모르는 새로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3인칭 단수에는 HAVE 대신에 HAS를 쓴다는 것을 아는 학생은 주어가 he든 she든 Tom이든 has를 쓰면 되지만 그러한 문법규칙(원리)를 모르면 해당 사례 하나 하나를 익혀야 할 것이다.

 

단순하게 얘기하면 원리와 풀이방법을 충실히 배운(A´, B)이 중1이 됐을 때 배워야할 내용은 조금 더 어려워진 A´´, B´´와 C, D지만 풀이 과정만 익힌 나 학생에게 A´´, B´´는 더 어렵게 느껴지고(위에 든 이유로) C와 D는 완전 새 내용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가 학생과 나 학생이 새로운 학년에 진입했을 때 느끼는 학업 부담은 몇 배의 차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원리를 모르고’ 이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선행 학습을 통해 상위 학년의 ‘풀이 방법을 미리 익히는 것’이다. 또, 예를 들어보자.

 

초6 학생은 A´와 B´를 학습해야 완전 학습에 도달한 상태다. 그러나 풀이 방법만 익혀 A와 B만 익혔다고 하자. 이 학생이 선행을 통해 C와 D를 익히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 학습 해야할 A´´와 B´´는 완전히 익히지 못하지만 기존에 익히 A와 B로 어느 정도 따라가고 새롭게 등장한 C, D도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중2-고1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고2 때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다. 이 한계는 이미 예정된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연구한 자료에 의하면 선행의 최후의 한계를 고2로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고 2부터는 단순한 풀이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을 만큼 난이도가 높아진다.

 

결론

따라서 선행학습보다는 해당 학년의 내용을 원리와 풀이 방법을 모두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 결국 수학을 끝까지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외는 있지만 초등학교 때 수학을 잘 하는 아이가 중, 고등학교 때에도 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리는 어떻게 배울 수 있는가?

 

원리는 스스로 찾을 때 가장 효과적이다. 원리 자체를 가르치면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알고리즘이 된다. 스스로 고민해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수학의 정석이다. 또한 한번 기초가 잡히면 수학만큼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일정한 점수가 나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편, 심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심화문제는 어려운 문제다. 어려운 이유는 2가지다.

첫째, 해당 내용의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원리를 응용해야 하므로 단순 풀이에 익숙한 학생은 개념을 다시 파악해야 한다.

둘째, 다음 학년의 내용이 포함되어 어려운 경우다. 실지로 많은 고난도 문제집이 이 형태를 갖추고 있다. 전에 말한 창의력 수학도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심화문제를 잘 푸는 학생은 다음 학년에서도 수학을 잘 하게 돼 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왜? 이는 위 첫째, 둘째 이유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으니 원리를 공부한 경우 다음 학년에서도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심화 문제가 다음 학년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으니 지금 잘 풀면 올라가서도 잘 푸는 것이다.

 

심화문제가 아닌 경우 단순한 풀이 방법만을 익혀서도 풀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력이 된다면 푸는 것이 좋다. 100M를 10초에 뛸 수 있는 선수에게 15초에 뛰는 연습을 시킬 필요는 없다. 그러나 15초에 뛰는 선수에게 10초에 뛰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14초, 13초에 뛰는 방법을 차례로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따라서 기본문제(보통 일반 문제집 B스텝 정도)90점 정도가 나오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문제집은 오히려 학습 효율,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실지 많은 학생이 주변에서 어려운 문제집 푼다고 같은 문제집을 사서 푸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학교 시험문제는 변별력을 위해 심화 문제를 섞어서 낸다. 따라서 기본을 충실히 한 뒤 심화 문제를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의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제 개인적으론 정답률 40~50% 정도로 그 문제집 잡고 있을바에야, 기본 문제집 정답률 100% 나오도록 연습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고”

 

다만, 기본 문제집을 100% 맞추고 심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 기본문제집을 90%맞추고 심화문제집을 어느 정도 풀어보는 것이 실제 시험에서는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정말 심화 문제를 많이 풀면 실력이 부쩍부쩍 늘까요?”

 

심화 문제를 풀면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늘어야 심화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결론, 수학은 기본에 충실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양한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한 문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포기하지 않고 풀고 틀린 것을 다시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왜 그런지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한데 예를 들면, 많은 학생들이 문제가 틀리면 그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푼다는 것입니다.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는 자동차가 고장났다고 모든 부품을 처음부터 분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에 푼 과정에서 어디가 틀렸는지? 왜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풀이 과정을 암산으로 하지 말고 답안지처럼 쭈욱 연습장에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공부할 때는 그 문제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풀이 과정이 공부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력을 갖췄다면 심화 문제를 푸는 것을 권합니다. 왜? 학교 시험 문제는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쉬운 문제만 익숙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먼저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마치 건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층의 콘크리트가 굳어야 2층에 시멘트를 부어야 합니다. 그러나 남들보다 빨리 굳게 하는 방법을 안다면 빨리 2층을(심화문제) 쌓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원리를 익히고 문제를 푸는 것이 어렵지만 한 번 속도가 붙으면 학생 스스로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습니다.

 

자세히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궁금하신 점 다시 댓글 달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출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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