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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참된 집중력이란

자소월 2011. 11. 15. 21:39

칠전 중간고사때 시험중에 딴생각과 발장난하다가 시험지 뒷장을 거의 못풀었나 봅니다.

원래 아이들이 연산은 싫어한다지만 제 딸은 유난히 알러지 반응을 보이고

시험 전에도 수학은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온갖 잔꾀를 써서.

이번엔 그냥 하는대로 놔두고 제가 시키지 않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업시간에 손장난과 딴생각 특히 흥미없는 수업에는 심한걸 알고는 있었는데,

이번 시험때문에 수학에 대해서는 아예 멀어지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아직 시간은 있다고 생각하지만...ㅠㅠ

책읽을때는 엄마인 저보다 더 속도와 양 면에서 앞서기 때문에 어른들이 읽을 활자 작은 두꺼운 책도 제법 오래 읽습니다. 역사책이나 철학책의 경우는 대충 읽는가 보다 했는데 내용을 저보다 잘 기억하고 왜 그랬을까 하고 질문도 많이 합니다.

뇌가 어는 부분에 치우친 경우란 생각에

뇌훈련센터에도 다녀보고

흥미 없다고 해서 어떻게든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하였는데,

사실 수학은 연산 훈련이 되어야 하는데,

단순 반복되는게 너무 흥미 없고 귀찮다니... 어찌 해야 할까요?

배운걸 자신이 익혀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게 공부라고

차근 차근 설명하니 잘 알아 듣긴 하는데,

막상 책상에 앉아서 문제를 대하면 실증부터 내는 표정...

꼭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따님이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을 잘 하는데 수학은 집중을 잘 못해서 걱정이시군요. 아직 3학년이니 앞으로 좋아질 수 있는 기회는 많다고 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좋아하는 것에는 오랫동안 집중하며 싫어하는 것은 잠시도 집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주변에서 말려도 더 하려고 하고, 싫어하는 것은 권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지요. 어린 아이들이 밥은 안 먹고 과자 먹겠다고 응석을 부리는 것과 같은 모습입니다. 아이들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싫어하는 것도 하려는 의지가 커집니다.

따라서 아이의 상태나 연령에 맞춘 집중하는 태도가 습관화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장난감도 연령이 정해져 있잖아요. 연령에 맞지 않는 장난감을 사주면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릴 때의 습관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집중력은 어떤 일을 해내는 데 있어서 핵심적인 요인입니다. 집중력이 없으면 어떤 일도 이루기 어렵지요. 특히 공부에 있어서 집중력은 공부의 성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집중력은 어떤 일에 몰입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능력입니다. 즉 몰입할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그 몰입을 지속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해야할 점이 있는데 집중력이 환경에 따라 의미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컴퓨터 게임을 오래하기 위해서도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를 집중력이 높다고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컴퓨터 게임이 생산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물론 프로게이머 같이 그것이 직업인 경우는 예외지만) 이러한 경우 다른 일에 게임이 방해가 됩니다. 또, 게임에 몰두하기 위해선 특별한 집중력이 필요치 않습니다. 왜냐하면 재밌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집중력이 높다는 것은 자신이 싫어하지만 가치(필요)있다고 판단하는 일에 몰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많은 경우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할 때 부모들은 집중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을 교실에서 보면 ‘산만한’ 아이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실은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 학습이 이뤄지는 공간이 아니라 주어진 교육과정에 따라 집합적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만족지연능력’은 더 큰 만족을 위해 현재의 만족을 포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또 만족지연능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공부를 잘 합니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은 노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가치를 위해 노는 것을 참는 아이들입니다.

따라서 자녀를 키울 때는 좋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것도 몰입할 수 있는 자세, 태도를 길러주어야 합니다. 제가 자세, 태도라고 말씀 드린 것은 이것이 가정환경 안에서 교육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싫어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가정에도 학교나 사회처럼 규칙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에서 산만한 아이들이 적지 않은 경우 맞벌이 가정이 많습니다. 특히 늦게 귀가하는 맞벌이 가정의 학생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통제를 많이 받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게 되고 이것이 결국 습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장기적으로 만족지연능력을 떨어뜨리고 집중력을 떨어뜨려 학습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 많은 경우, 다른 과목이 아닌 수학을 싫어할까요? 그것은 수학이 다른 과목에 비해 높은 수준의 ‘만족지연능력’, ‘집중력’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수학을 잘 하는 아이들이 다른 과목의 학습 성취도도 높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때도 아이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 집중하며 읽는 반면 책을 잘 읽는 아이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며 책을 읽게 됩니다. 이 둘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전자는 자신의 생각에 맞춰 책을 읽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왜곡하거나 편집해서 읽게 됩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해서 읽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읽게 됩니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는 흥미 위주의 독서가 되기 쉽고 후자의 경우는 집중력을 높이는 책읽기가 됩니다. 이러한 습관이 학교에서 시험 볼 때도 이어지는데 시험문제란 것이 사실은 자신의 생각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문제에서 주어진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즉 듣기 잘 하는 사람이 말 잘 하는 사람보다 지혜로워지는 것이겠죠.

 

요컨대, 집중력이 높은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일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싫어하는 일을 무조건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싫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겠지요. 가치는 도덕적인 문제입니다. 또한 비전의 문제입니다. 꿈의 문제입니다. 가치 있는 것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 도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많은 임상 실험에서 도덕성이 학업 성취도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다시, 만족지연능력도 지금 참으면 더 큰 만족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미래’라는 비전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가정에서도 좀 더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비전을 그릴 수 있는 경험을 많이 제공해 주시기 바랍니다.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출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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