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평론 칼럼

사회평론 칼럼 6 - 아이와 함께 한 천 권 소리내어 읽기

자소월 2010. 5. 2. 23:26

 사이트 워드(단어를 보자마자 바로 읽을 수 있는 필수 빈출 단어), 디코더블 북(특정 음소나 철자 패턴 또는 사이트워드만으로 의도적으로 구성된 이야기책), 파닉스 북 등을 거쳐서 짧고 쉬운 동화책으로 소리내어 책 읽기를 하고 계시죠?

동화책이든 리더스(수준별 기획 도서로 읽기를 위한 책)든 소리내어 책을 읽을 때 즉, 낭독을 해야 할 시기랍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험과 여러 자료 등을 통해서 보면 다독입니다.

다독의 효과에 대해서 말해봐야 입이 아프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독만큼 소리내어 읽기를 해서 아이의 실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 같아요. 소리내어 읽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간판도 읽고 지나다니면서 보이는 영단어들을 읽어대기 시작할 거에요.

틀리면 틀리는 대로 조금씩 고쳐주면서 읽고 또 제대로 맞게 읽으면 읽는대도 칭찬도 많이 해 주고 그러면서 서서히 소리내어 읽는 것에 재미를 붙이게 될 것입니다.

사이트 워드와 파닉스를 배웠어도 파닉스의 규칙에 어긋나는 많은 단어들이 많으므로 그 공백을 메꿔 줄 수 있는 게 바로 소리내어 읽기랍니다. 소리내어 읽기의 효과를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아이가 어떤 부분을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중 모음 중에 ea, ee가 long i 로 소리 나는데 너무 짧게 단모음 i처럼 읽어버린다던가 하는 걸 알아낼 수 있어요. 또 느리지만 확실하게 단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다독의 중요성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지만 소리내어 읽다보면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를 이 책에도 또 저 책에서 보게 됩니다. 그러면 확실히 그 단어를 알게 되지요. 또 몇 번 봤는데 기억하지 못하는 단어들도 여기서 부딪치고 또 저기서 부딪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서서히 유추를 하게 되지요. 정확하게 품사를 알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뜻인 거 같다는 감이 오지요.

그런데 그림책을 많이 본 아이들은 거의 다 비슷하게 맞추어 간답니다.

왜냐하면 그림에 다 힌트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처음 보는 단어의 뜻을 모르더라도 읽을 수가 있는 것이지요.

아이가 더듬 더듬 읽기 시작하실 때부터 무조건(빨간색이나 형광펜으로 밑줄 치고 ^^) 소리내어 읽기를 하시길 추천해드립니다.

 

그럼 저의 1000권 소리내어 읽기를 아이와 1년 반 동안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제가 예전에 쑥쑥에 쓴 글을 그대로 퍼 왔습니다. 지금 다시 고치면 그 때의 제 심경이 다 녹아들지 않을 거 같아서 수정없이 그대로 올립니다.

아이가 7세쯤부터 초등 1학년 중반에 이르기 까지의 여정임을 밝힙니다. 제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아이와 엄마가 교류하면서 꾸준히 해 온 것이 쌓이고 쌓이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은 거구요. 엄마표 영어를 진행하려는 분이나 진행중인 분들, 또는 학원과 함께 병행하시는 분들에게 그 시간이 헛되지 않고 아이의 실력으로 보이지 않지만 소리 없이 가랑비에 옷 젖듯 쌓이는 과정을 알려드리려 함을 미리 밝힙니다.

 

먼저 누구네서 그렇게 했다더라...를 따라한 것은 아니였습니다.

다독을 목표로 한글책 보듯이 영어책도 많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정말이지 맨 처음에는 파닉스와 싸이트 워드를 알고 난 다음에 읽기에 재미를 붙여서 엄마한테 보여주고

아빠한테 칭찬받고  그 재미에 시작한 것이였습니다. 오직 소리내어 읽은 것만 기재한 것입니다.

초기 100권 정도를 읽을 때에는 책이 많지도 않았고 또 작은 소도시에 살아서 영어책도 거의 빌릴 수 없던 곳이라 집에 있는 책만으로 여러번을 정말이지 여러번을 반복했기에 따로 제목을 기재하고 말고 할 꺼리가 못 되었지요. 그래서 V자의 체크와 날짜만 기재했답니다.

200권을 넘어서면서 제목을 적으면서 아이의 취향을 파악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구요. 그 땐 한 두 달에 걸쳐서 100권 정도로 읽었습니다.

300권까지 오기에는 여름방학이 걸쳐 있어서 7-9월 정도 걸렸네요. 바닷가의 소도시에 살면서 정말이지 내내 바닷가에 살다시피 했습니다.

이웃에 맘 맞는 선배와 함께 라면 하나를 끓여먹어도 근처 계곡에 가서 바닷가에서 그냥 밥이나 간식 싸서 몇 시간씩 놀다오고 얼굴이 꽤 많이 탔었답니다. 물을 무서워해서 첫날에는 물한방울도 안 묻히고 오던 아이가 나중에는 알아서 더 멀리가지 갔다가 오는 쾌거를 보여주더군요. 책을 많이 읽지 못했어도 그 여름의 기억은 아이에게 늘... 바닷가의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이 동네로 이사왔을 때도 뜬금없이 바다 가자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300권에서 400권으로 진행될 무렵....영어거부기가 있었나봅니다.

그래서 별 부담 주지 않고 내켜하면 읽어 보라고 두고 안 내켜하면 그냥 두고.... 나름 고민도 했으나

그 공백에 도서관에 많이 다니면서 따뜻한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 읽고 보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대신에 영어 아닌 다른 액티비티... 액티비티라고 이야기할만한 꺼리도 되지 않지만

이사 때문에 유치원도 쉬고 있던 상황이어서... 그냥 있는대로 그림도 그리고

책도 보고 정말 많이 빈둥대며....  딱히 뭔가를 많이 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빈둥거리기를 하던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나름대로 아이가 유치원을 가다가 안 가게 되니 아이도 저도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아했던 걸로 기억이 나네요. 씨디를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아주 가끔 다운 받은 영화도 보기도 하고....했지만

아이는 거의 보지 않았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엄마표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은 아니였답니다. 오디오만 조금 돌고 있었을 뿐...

별 학습도 안 하고 아... 100 words 1단계 정도는 했나봅니다. 매일 한 쪽이나 한 장 정도...

그 외엔 그냥 편히 놀려서...그 사이 별로 하는 거 없이 5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갔어요.

그래 하기 싫으면... 좀 쉬다해라...했던 거 같아요. 한글책 많이 본 거 외에는...딱히 한 게 하나도 없네요.

그 시간을 그렇게 보내고....나머지 3개월도 그와 비슷한 패턴으로 흘러갔어요.

그 때도 쑥쑥을 드나들었는데... 별 생각없이.... 음... 거부기도 있구나...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가 500권 넘어서면서 약간 탄력이 붙었나 봅니다.

올해 초를 지나면서 이사 와서 여기 도서관에는 정말이지 영어책도 있더군요.

예전 도서관에는 매직트리하우스와 언 아이 캔 리드...

그것도 쑥쑥을 알고 있었던 사서분이 자기 아이를 읽어줄 요량으로 들어와 있었던 거라...

도서관 다니면서 언 아이 캔 리드...시리즈는 정말 원없이 보았어요.

다 본 건 아니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만이긴 하지만...그래서 그 시리즈는 아직도 좋아합니다.

매직트리 하우스는 꿈도 안 꾸고...엄마만 읽어봤던 책이었답니다.

이사 와서 도서관에 있는 영어책들과 영어서점에 놀러가는 거에 재미를 붙였네요. 제가 ^^

지방에는 영어책을 파는 영어서점을 구경할 수가 없어요. 책 한 권을 사도 미리보기가 잘 되어 있는 사이트도 그리 많지 않아서 책 한 권 사는데 컴 앞에서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걸렸고 때로는 그러다 지치기도 했고 또 지방 사는 서러움도 많이 느꼈었답니다. 지방에 계시는 분들...제 맘 이해하시죠? 엉엉

쑥쑥의 거의 모든 게시판과 웹칼럼 등을 돌아다니면서 귀동냥으로 알게 된 책들의 시리즈와 또 리더스와 소위 엄마표 영어용어를 알게 되었답니다. 책을 다 보지는 못했어도.. 뭐...라 그러면 아... 그거 정도는 알게 되었지요.

600권부터는 그냥 습관처럼 조금씩 엄마에게 읽어주기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은 아이가 싫어하는데도 엄마한테 읽어주기로 했잖아 하면서 신경질 섞인 말들도 오갔고 또 졸리는 아이를 붙잡아 두기도 했고 선물 준다고 꼬시기도 했고 우여곡절이 많았답니다.

전 착하기만 한 엄마는 아닌 거 같아요. 야단칠 때 목소리 무지하게 커집니다. 사투리로요.

대신 아이가 소리내어 읽는 거 싫어하면 정말이지 암 말 않고 많이 읽어주기도 했어요.

리틀 크리터... 자기 전에 열 권 가까이 읽어준 적도 있었구요. 한동안 너무 좋아했거든요.

또 그 당시에는 몇 십권도 안 되는 집의 책들은 달달달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 그 때 저의 리딩 플루언시(reading fluency)가 늘었지 않았나.... 가끔 생각해봅니다. (자뻑모드로 ^^)

나름대로 그 때 책읽기를 하면서 잔기술들(아이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알 꼬시기)이 하나둘씩 노하우(? 이런 것도 노하우라 할 수 있을까요? ㅋㅋ)가 늘어나기도 했답니다.

사이사이에 정말 좋아서 열심히 엄마한테 읽어준 책들도 꽤 있었답니다.

읽은 거 또 읽고 또 읽고 해도 가끔은 다른 거 읽자고 유도도 해 봤지만 그냥 하나하나 다 날짜와 제목을 적었었답니다. 거부기와 공백기 사이는 한글책들과 엄마의 책 읽어주기로 때운 거 같아요.

600권이 700권이 되고 800권이 되고 900권이 되면서 제가 꼭 지킨 것은 100권마다 선물 주기, 학습서가 끝나면 선물 주기였답니다. 그 선물들도 정말이지 몇 만원짜리의 고가의 선물은 아니였어요.

고작해야 몇 천원 선이이었고 비싸봐도 만원은 절대 넘지 않는 작은 학용품들과 장난감....

선물로 주는 책들이 다였답니다.

 

1000권의 고지가 다가오면서 얻은 것은 잠자기 전에 엄마한테 책 읽어주기...

이것은 완전하게 습관으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너무 피곤해 하는 거 같아 그냥 자라고 해도... 왠만하면 알아서 읽어주고

또 잠들어버렸을 때는 그 다음날 한 권이라도 더 읽어주려고 한답니다.

물론 읽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 내일 더 읽어주라고 하면서 재우지요.

가끔 너무 안 보면 선물 안 준다는 말(말이 아니라 아이에겐 협박이겠죠? ㅠㅠ)도 하긴 했지만

하루 이틀 이상 빼먹고 안 읽어준 적은 거의 없네요. 600권 이후부터는요.

날짜만 보면... 다 알 수 있지요. ^^

 

제가 아이랑 천권을 읽었다는 걸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또 어쩌면 책 잘 읽는 아이들은 몇 달만에 저처럼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고도 금방 해 낼 거라는 거 압니다.

배 아파 하실 분도 있고 부러워하실 분도 있고 그래 너 잘났다 하시는 분도 있겠지요.

하지만 꼬옥 말씀드리고 싶은 건....

1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아이랑 함게 한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라는 겁니다.

자기 전에 엄마한테 영어책 소리 내어 읽어주기가 습관으로 잡히기까지.....의 시간 말입니다.

여전히 남자아이 특유의 영어로 말뱉기는 거의 안 하고 있지만(이 부분에서 늘 고민입니다만) read aloud!하면서 아주 가끔 정말이지 아주 드문 일이지만 툭 내뱉어버릴 때도 있고 모를 줄 알았는데 아는 단어도 있고 또 이거는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모르고 넘어가고 있던 단어도 있긴하지만....요.

가랑비에 비 젖듯... 그렇게 지금까지 온 거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