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닷컴 칼럼

묵독을 싫어하는 청각형 아이의 묵독 즐기게 만들기 프로젝트

자소월 2010. 12. 24. 00:25

아이가 묵독보다는 편안한 시간에 오디오 소리를 틀어놓고 듣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스스로 혼자 읽는 것을 즐기도록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것이 '묵독 즐기기 프로젝트'였습니다. 프로젝트라고 하니 뭔가 거창한 듯 하지만 너무 듣는 것에만 치중하고 묵독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6월쯤부터 12월까지 아이가 읽어왔던 책을 되돌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했답니다. 먼저 아이의 레벨과 성향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집 아이는 청각형 아이여서 듣는 것을 즐겨서 3-5레벨 사이의 책들은 집듣하지만 - 집듣용 책은 언제까지나 집듣용일뿐, 묵독책이랑 일치하진 않으므로 - 만만하게 보는 책들은 2-3레벨이므로 만만하게 보는 책들이 바로 아이의 레벨이라는 생각을 하고 진행을 시작했답니다.

 

묵독을 즐기지 않은 아들의 묵독 즐기게 만들기 프로젝트 1탄 - 만만한 책의 권수를 늘려라!

처음 최근에 만만하게 본 책들을 쭈욱 정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로 초기챕터북이나 리더스의 높은 단계의 형식을 띠고 있는 것으로 앉은 자리에서 쭈욱 쌓아놓고 그 시리즈를 다 볼 수 있을 책들 위주의 독서로 반복했습니다.

 

 - 만만하곳 쉬워서 쌓아두고 본 책들 리스트

바나나 스토리북, 어스본 영 리딩 1-2단계, 돌핀 리더스, 조 셜록, Mr.퍼터 앤 터비, 아이리스 앤 월터, 카멜레온, 로켓 시리즈, 그리스 로마 신화 500단어와 1000단어, 매직스쿨버스 티비쇼,  테이트 투스, 아스트로사우루스, Diary of Worm, Spider, Fly  등등

 

묵독을 즐기지 않은 아들의 묵독 즐기게 만들기 프로젝트 2탄 - 흘려듣는 책의 묵독을 유도하라!

청각형 아이라 오디오가 딸린 아이의 수준보다 훨씬 쉬운 챕터북도 책을 손에 쥐려고 하지 않고 오직 소리만 들으려고 한다는 것이라 아이는 듣는 시간보다 읽는 시간이 더 짧게 걸리는데도 특히 듣기만 하려고 하고 그 시리즈 중에서 좋아하는 것만 반복해서 들으므로, 다른 시리즈의 책으로 넘어가지 않고 읽다가 맘에 드는 책만 반복해서 듣는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제가 내린 결론은 '듣는 걸 즐기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아이의 흘려듣기를 되짚어 보았습니다. 어차피 최소 1번 이상 들었던 혹은 읽었던 책이라면 대략의 내용은 파악하고 있을 것이므로 물론 디테일한 것까지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제목과 몇 문장으로 말해 줄만한 정도의 내용 파악은 된 상태이므로 꼼꼼하게 보았다기 보다는 내용 파악에만 주력했다고 볼 수 있기에 그렇게 1번 들은 책을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 물론 아이는 한 번만 들어도 다 안다고 이야기하겠지만 - 이 시점은 반복이 들어가야 할 시기라 생각했습니다.

   

1. 아이의 반응이 좋았던 책으로 반복하라

그럼 반복은 어떻게 두어야 할까? 내 욕심으로 책을 샀으니 돈이 아까워서 좀 더 봐 줬음 하는 책으로 해? 그건 엄마 생각이지 싶어요.

아이가 즐기는 책, feel이 꽂힌 책으로 그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을 꼽아서 그 책만 반복해서 들어도 좋아요. 어차피 시리즈라면 그 시리즈 중에서 꼭 내 맘에 드는 책이 있고 보니까 괜찮긴 한데 그리 끌리지 않는 책이 있을테니 안 봤던 책도 봐 줬으면 하지만 한 번 읽고 지나쳐야 하는 책들도 생기기 마련이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책으로 반복하도록 그냥 두세요.

  

2. 반복의 시기를 정하라.

아이 스스로 반복을 하는 스타일인 경우에는 몇 달 혹은 몇 년 전에 사 두고 본 뒤에 한 번도 들춰보지 않은 책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읽거나 듣고 있는 책을 보고 다른 책으로 서서히 눈을 돌릴 즈음에 한동안 보지 않았던 책들을 슬쩍 아이의 손 쪽으로 밀어보았지요. 물론 반응은 다 각각이지만 과거에 본 책에 대한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리면서 한 번 볼까?하는 맘이 드는 책은 꼭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책을 중심으로 언제 볼 건지 엄마에게 아이의 계획을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엄마는 이걸 네가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걸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 보면서 스스로 그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3. 한 권 혹은 한 시리즈를 반복한다면 그대로 두어라.

지겨움을 느끼는 기준은 개개인이 너무나도 다르므로 한 번 보고 난 뒤엔 또 다른 새로운 책을 찾을 수도 있고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보려할 수도 있고 혹은 몇 달 몇 년의 간격으로 간격을 두고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반복을 즐기는 아이라면 엄마가 지겨울 정도로 다른 책이나 오디오를 접했으면 할 맘이 들 경우에 이르기까지 반복할 경우도 있을 수 있기에 그 만큼 아이의 취향에 맞는다는 것이므로 아이가 다른 책을 보거나 들을 맘이 생길 때까지 그냥 놔 두어 보는 센스를 발휘해 주세요.

아이가 충분히 보거나 들었다고 느꼈을 때 그 때는 아이 스스로 다른 책들 찾기 때문에 시간 여유를 두어야 하며 대신 그 시간이나 시간을 서로 이야기하여 조절할 수 있으나 아이의 의견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랍니다.

 

위의 세 가지를 지키되 아이 스스로 반복형이 아니고 새로운 책만 찾는 다독형이라면 주제별, 작가별 등등의 기준으로 좀 더 다양하고 폭넓게 보여줄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도록 해서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느낌으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해요.

 위의 기준은 청각형인 제 아이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에 아이마다 다를 수 있음을 참고하고 무엇보다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한 뒤에 접목해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임을 이미 알고 계시죠?

 

묵독을 즐기지 않은 아들의 묵독 즐기게 만들기 프로젝트 3탄 - 서서히 묵독을 유도하라!

묵독이라는 건 소리내어 읽거나 오디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서 내가 읽고 싶어서 눈으로 빨리 빨리 읽어버리는 것이란 생각에 전제 3가지를 먼저 깔고 시작해야 했답니다.

 

한글 독서력, 관심사의 추이, 책을 읽을 여유로운 시간

 

이 세 가지를 파악하고 나서 묵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야한다 싶어서 시작한 것은 '매일 한 권씩 챕터북' 읽기!

아이는 주중 매일 가는 피아노학원을 제외하고 학습지도 안 하고 방과후 수업도 하지 않아서 그나마 여유롭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한 것이 바로 '매일 한 권씩 챕터북 읽기'를 진행했습니다.

 

1. 아이의 수준보다 낮은 챕터북으로 시작한다

2. 시리즈물로 된 챕터북은 전권읽기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준다.

3. 독후활동을 가장 이상적이지만 간단한 줄거리 말해주기(retelling)나 등장인물에 대한 의견 등 간단한 걸로 쓰기 대신 독후활동을 대신한다.

4. 10권 중 한 권 정도는 쓰기를 겸한 독후활동을 한다.

5. 다지기의 한 단계로 더 높은 단계의 도약의 밑거름이 된다.

 

지금까지 여름방학부터 겨울방학의 초입에 이르기까지 약 6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매일 1권이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어휘를 하나도 따로 봐주지 않고 다독으로만 챕터북 읽기를 한 경우에 계속 읽어왔던 것이 습관처럼 되어서 오직 소리로만 듣던 책들도 묵독으로 챕터북을 읽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아직도 묵독보다는 소리로 듣는 것을 즐기는 청각형 아이인 아들은 여전히 듣기에 더 많은 치중을 하지만 매일 챕터북 읽기를 통해서 예전보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 묵독도 힘들어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묵독으로 이끌면서 긴 시리즈물을 읽을 때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하나씩 들어주는 센스도 발휘해야 한답니다. ^.-

지금까지 6개월의 여정에 대한 진행기입니다. 눈에 확 띄게 달라지는 건 스스로 읽고 있는 챕터북의 권수가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는 거네요.

 

겨울 방학이 다가옵니다. 야외활동이 줄고 실내활동의 시간이 길어지니 책읽기의 즐거움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