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닷컴 칼럼

'엄마표 영어'강의를 하며...

자소월 2011. 11. 7. 01:26

 

자소월입니다. 부끄럽지만 제가 '엄마표 영어'강사를 하고 있어요.

작년에 엄마표 영어 강의를 몇 분과 나누어서 잠깐 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우연히 강사가 되었어요. 동사무소에 갔다가 주민센터의 간사님이 말씀 하셔서 올해 초부터 울 동네 주민센터에서 제가 '엄마표 영어'강의를 하게 되어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올 초 1월에 특강하고 난 담에 2월부터 시작했으니  10개월 째 이제 거의 1년이다 되어가네요.

 

제가 사는 동네가 좀 외지고 집보단 논밭이 많고 작은 소규모의 공장도 좀 있는 그런 동네라 통장님들, 사무장님, 주민자치위원회장님도 엄마표 영어란 걸 들어보지도 못한 분들이셨어요. 제가 그 분들을 만나서 이러한 강의라고 소개도 하고

말씀드리면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물론 시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요.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들한테 설명해야 했으니까요. 첫 무료 강의를 하고 그나마 반응이 괜찮아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마 제가 사는 시에는 저만 그 강의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많은 강의료는 아니지만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첫 무료강의는 대상에 제한이 없어서 옆 동네 아파트촌의 엄마들이 많이 왔지만 제가 사는 이 동네에는 젊은 엄마들이 많지 않아서 지금은 10명이 안 되는 인원으로 정말이지 오붓하게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지방대출신이고 유명대학의 빡센 테솔을 딴 것도 아니고 영문과 출신도 아니며 원어민과 유창하게  심도 깊은 대화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엄마'와 함께 하는 강의라는 것에 자신이 있었거든요. 나도 한 아이의 엄마이고 내 아이처럼 생각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맘은 다 같으니까요. ^^

그래서 제가 제 강의 오신 분들에게 수업 시작전에 내 스스로에게 칭찬하는 박수를 함께 치자고 해요. 그 시간에 집안일을 해도 하고 차 마시며 동네 아줌마들이랑 수다도 떨 수 있고 쇼핑를 다녀도 될 시간에 여기 와서 공부하는 거니깐 내 스스로에게 칭찬해주자는 의미로 ^^ 박수가 건강에 좋기도 하구요. ㅋ

지금도 다니지만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영어관련 세미나를 다닐 때 몸살이 나거나 컨디션이 정말 안 좋을 때 힘들지만 강의를 들으러 가면 강의를 마치고 나오면서는 정말 오길 잘했다란 생각이 드니까 나 스스로를 격려하는 의미로요.

 

스무명이 채 안되던 회원수가 조금씩 줄었어요. 제가 부족하기도 했겠지만 마지막엔 정말 꾸준히 하고 열정을 가진 분들만 남게 되더군요. 물론 제가 유머러스하지 못하고 조금 재미없을 수도 있겠지만요. 농담 잘 못하고 진지한 편이라 정말 재미있게 강의하는 분들 부럽습니다. 가장 제가 모자란 부분이 바로 이게 아닌가 싶어요. 더 노력해야겠죠?

그리고 이런 강의는 요가같이 몸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pop처럼 수료증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해서 드러나는 게 없지요. 엄마들에게 있어서 어쩌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강의일수도 있구요. 결과가 딱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알기 전에 학원만 보내면 끝인데 알고 나면 더 골치아프게 영어책에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일수도 있으니까요.

 

그 시간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영어를 읽을 수 없는 엄마 한 명은 하다가 말더군요. 모두 함께 쉬운 문장을 읽는 거였는데 자존심이 상하셨나봐요. 제가 그 분에게 따로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더 이상 나오지 않았을 때 넘 맘이 아팠어요.

 

한 분은 정말 열심이었는데 이사 가게 되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제가 수업교재로 쓰는 동화책을 똑같이 사서 집에서 읽어준다고 하더라구요. 지금 제게 수업을 듣는 분들이 있어서 아예 책을 살 때 함께 사서 배송지를 집으로 해서 받으면 그 책을 가지고 아이에게 읽어준데요. 아이 셋이라 책 값 하나도 아깝지 않다면서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한다고 하시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는 넘 기분이 좋더군요.

 

한 분은 아들 둘 다 유치원을 다니는데 얼마전에 오알티랑 런투리드를 사서 생활비 펑크 났다는데 표정은 넘 행복한 표정이셨어요. 그래서 ^^ 제가 활용할 만한 사이트를 알려드린다고 했지요.

 

전반적으로  엄마표 영어 전반에 대한 내용 - 파닉스 , 사이트 워드, 챈트와 송, 어휘, 강세와 억양, 스토리 텔링, 베드 아침 스토리, 리더스 활용, 영어동화책 및 작가 소개, 무료 사이트 소개, 동화책 및 리더스, 챕터북 소개 등등 -을 소개하고 영어동화책을 읽어주고 활용할 프린트물을 주어 바로 써 먹을 수 있게 하기도 하고 동영상도 보여주기도 하지요. 또한 엄마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고 수다도 떨고 차도 마시면서 행복해 하고 있답니다.

 

제가 강의하면서 강조하는 건 손가락 힘(오디오를 틀어주는 검지손가락 하나)와 꾸준함을 강조해요.

유명 커뮤니티의 엄마들처럼 엄청나게 공을 들인 액티비티를 해 보자는 거도 아니고

이런 강의를 들으면서 당장 나와 내 아이를 당장 어떻게 바꾸자는 게 아니라

아이에게 한글책 여러 권 읽어줄 때 영어책도 한 권씩 꺼내어 보여주자고 하지요.

엄마의 일상에 늘 있는 매일 하는 한 가지 일을 할 때 하나 끼워 넣어서 저녁 설거지 할때만은 영어책에 딸린 오디오를 들려주거나 그렇게 정해 놓고 꾸준히 해 보자고 해요.

엄마 스스로 조금이라도 자극을 받아서 하나씩 해 보자고 하지요.

 

그 분들께 줄탁닷컴과 줄탁 네이버 까페를 소개한 적이 있지만 ^^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훨씬 덜 힘들죠.

제 수강생 중 한 분도 이렇게 진행하는 건 자기 주변을 통틀어도 자기 혼자 뿐이라면서 - 물론 저도 첨에 론이랑 엄마표 영어 시작할 때 그랬었지만 - 강의를 들으면서 외롭지 않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세 분이 한동네 살며 서로 다른 책을 사서 돌려보는 분도 계시는데  영어책 값 아껴서 좋다고도 하시구요.

10명이 안 되서 내년엔 폐강의 기로에 설지도 모르지만  지금 계시는 수강생분들이랑 평생 만나고 싶어요.

 

제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제가 왜 이이야기를 하냐하면

함께 가야 이 길이 외롭지 않아요.

강의를 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우리는 외롭지 않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 새삼 느끼지요.